2009년 01월 01일
closer or acquaintance

사진 속의 그녀는 언제나 아름답다.
세월의 잔주름을 마다않는 서글픈 현실의 자태가 무색할만큼 사진 속의 그녀는 흐르는 세월에 밀려 달아나지 않고 항상 변함없는 그 시절에 머물러 지낸다. 현실보다는 기억이 아름답고 그녀를 사랑하는 일보다 떠난 그녀를 추억하는 일이 애절한 것처럼,
사진 속의 그녀는 그녀보다 아름답다.
참으로 언짢은 일이지만, 현실보다 낮선 사랑은 익숙한 그것보다 더욱 매력적이다.
어느 낡은 공원의 추모석에 적혀있던, 먼저 죽어간 "앨리스"의 이름으로 자신을 대신한 것은 언젠가는 얻게 될 사랑의 상처가 자신 아닌 "앨리스"의 것이길 바랬기 때문일까. 채 시작되지도 않은 사랑의 언저리에서조차 이별을 가늠하던 앨리스의 모습이, 어찌된 영문인지, 낮설지 않았다.
사랑의 상처로 눈물을 흘리던 건, 그녀 자신이 아닌, 오로지 그 "앨리스" 였고,
이별을 슬퍼하던 건, 그녀가 댄의 기억 속에 남겨둔, 오로지 댄에게만 존재하던 그 "앨리스"였다.
마치 "앨리스"가 유일한 사랑의 방법인 것처럼, 앨리스 아닌 그녀는 한순간도 댄의 곁에 머무르지 않았다.
"stranger."
스트립바의 그녀는 언제나 낮선 사람이었다. 누구나 그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지만 누구도 그녀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도 가질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마치 즐기기라도 하듯이, 그녀는 아무도 말할 수 없는 자신의 진짜 이름을 낮익지만 낮선 그녀의 입술로 떳떳하게 읊조리고 있었다.
확실히 그 곳에서만큼은, 수없이 그녀의 이름을 말해도 누구도 그것이 그녀의 진짜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 못했고 누구도 그녀를 가질 수 없었다.
"가질 수 없는" 그녀의 매력.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가지고 싶은 것은, 영원한 삶과 같은, 가질 수 없는 것 아닌가.
사랑은 낯선만큼 뜨겁고 낯익는만큼 차갑다.
그래서, 때로는, 사랑을 하는 이에게 익숙한 사랑은 서먹하고 서툰 이별은 달콤하다.
누구나 상상하는 사랑의 환상은 현실에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사랑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현실은 초라하고, 비겁하며, 잔인하다.
영화는, 평소의 멜로답지 않게, 생각보다 쉬운 사랑의 권태와 유혹의 실체를 말하면서, 비현실적인 연애의 환상으로 사랑을 가늠하는 일이 남녀 관계에 얼마나 불리하게 작용하는지를 증명하는 동시에 과연 우리의 연애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추측한다.
이같은 연애의 음성적 기질을 가지고 사랑을 가늠한다면, 과연 우리의 사랑은, 누구나 꿈꾸는 사랑의 환상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현실을 직시하는 것으로 우리는 좀 더 진심어린 사랑을 취할 수 있게 될까.
+
인간은 사회적동물이라고 정의되는 것처럼
사람들은 항상 사람들 속에서 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정의는 생각보다 어렵다.
closer acquaintance friend just-friend etc.
그 경계의 구분이 가능할까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구분 기준은 뭐가 될수 있을까
어이없고 우스운 소리지만, 어떤 한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 갈 때
그사람이 나의 무엇이 될 사람인지.
또 그사람은 나를 그사람의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
결국 문제는 나와 그사람간의 인연이라는 관계의 정의.
사실 인연이라는 말은 보통 closer-closer 일때 사용하지만.
정말이지 슬프게도 사람들간의 마음이 맞기는 쉽지가 않아서
때론 나의 acquaintance가 나를 closer로 생각해서 상처를 받기도하고, 반대로 closer 라고 생각한 나의 사람이 나를 acquaintance로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을때 내가 상처를 받기도 하는거다.
인연이라는 관계의 정의가 서로 맞지 않았을 때의 문제.
상처주기가 싫은건지 상처받기가 싫은건지, 그래서 사람들은 가끔. 나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입니까?
뭐 이런류의 질문 던지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
하지만 의외로 상처받기를 싫어하는 쪽의 정답은 간단하다.
관계의 정의가 확실치 않거나 괜한 기대와 관심으로 상처받을 가능성이 있는 쪽을 acquaintance로 정의내려 버리는 것이다.
이건 가장 쉽고 간단하지만 또 가장 어렵고 복잡하기도 하다.
또 가끔은 슬프기까지.
# by | 2009/01/01 03:24 | Cinematograph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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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클로저]는 시선의 영화다라고 말하고 싶은데, 주장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없어 포기해버렸답니다.
영화 [졸업]의 마지막 장면에서 두 남녀의 엇박자 웃음과 시선들이 떠오르면서,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원래 관계를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구요.